어느 추운 겨울, 노인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추위로 거의 얼어죽어 가는 뱀 한마리를 보게 됩니다. 자비로운 노인인 그 뱀을 불쌍하게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집어서는 자기 품속에 품어 주게 됩니다.
노인의 온기로 차츰 원기를 회복하게 된 뱀은 입장이 달라지고 나서, 다른 생각을 품게 됩니다.
드디어 완전한 힘을 되찾은 뱀은 생명의 은인인 노인의 몸을 둘둘 감아죄어서 죽이려고 합니다. 이에 놀란 노인은 뱀에게 큰소리 꾸짖게 됩니다.
"이 나쁜 놈 같으니..네가 얼어죽을 것을 불쌍이 여겨 내가 살려 주었거늘, 감이 나를 죽이려고 해? 이게 무슨 경우자? 자, 함께 재판관 앞에 가서 따져보자."
"좋지, 그럼 누구를 재판관으로 세우지?"
"길을 가다가 우리가 맨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자를 재판관으로 삼자"
"좋다."
노인과 뱀은 함께 길을 가기 시작합니다. 얼마 가지안아서 저쪽에서 황소 한 마리가 오는 것이 보였읍니다.
황소를 불러 세운 노인은 황소에게 그 동안 일어난 일을 모두 이야기합니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뱀이 한마디합니다.
"나는 당연한 일을하고 있는 셈이네. 성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뱀과 여자의 후손은 원수가 되게한다.'라고."
묵묵히 듣고 있던 황소는 점잖게 판결을 내렸읍니다.
"뱀의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성경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면 인간이 뱀에게 아무리 자비를 베풀었어도 뱀은 악하게 보답을 해도 좋을것이오. 사실 그 동안 우리들은 너무 푸대접을 받아 왔소. 나의 주인을 봐도 그렇소.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인을 위해 뼈빠지게 일을 하고 잇는데, 주인은 내게 고마워 할 줄 모르거든요. 주인 놈은 하루종일 놀면서 맛있는 음식만 골라먹고 내게는 찌거기조차 주는 걸 아까워해요. 또 잠자리는 어떻구요. 자시는 따뜻한 침대에서 포근히 자면서 나는 마당에서 덜덜 떨면서 자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써요."
황소는 처음엔 점잖게 나오다가 점점 흥분하여서 욕을 내뱉기도 하는 등 과격한 말과 인간에 대한 물만을 쏟아붓고는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노인은 황소의 엉터리 판결에 화를 내고는 다시 뱀과 함게 계속 걸어갑니다.
이윽고 이리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노인은 또 이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재판을 해 달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이리는 노인과 뱀을 번갈아보고 나서는 황소와 똑같은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역시 화가 난 노인은 다윗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자고 뱀에게 말했읍니다. 이윽고 다윗 왕 앞에 나선 노인과 뱀. 하지만 다윗 역시 노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진 않았읍니다.
"성서에서도 말했듯이, 옛부터 뱀과 인간은 원수지간입니다. 그러니 뱀이 당신을 해친다해도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읍니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다윗왕 앞을 물러 나왔읍니다.
그때 뜰 한편에 있는 우물가에서 혼자 놀고 있는 솔로몬 왕자가 노인에 눈에 띄이게됩니다.
그때 소년 솔로몬은 아버지인 다윗왕의 지팡이가 우물에 빠졌기에 수면에 돌을 던져서 지팡이가 물위로 떠오르도록 하고 잇었읍니다.
그 광경을 본 노인은 솔로몬의 이러한 행동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자신의 속 사정을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 왕자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해 봐야겠다. 어쩌면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 줄지도 모르겠다'
노인은 솔로몬에게 다가가 뱀이 자기에게 했던 못된 행동을 소상하게 이야기합니다.
"아버님께 이렇게 다툰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렸읍니까?"
"물론 그랬읍니다. 그러나 대왕님께서는 대왕님의 힘으로도 저를 구해줄 길이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랬나요? 어디 우리 함께 아버님께 가보입시다."
그리하여서 솔로몬과 노인 그리고 뱀은 다시 다윗 왕 앞에 서게 됩니다.
"아버님, 아버님께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읍니다. 무슨 까닭으로 그런 말씀하셨는지요?"
"성서의 가르침을 따르다보니 그렇게 밖에 판결을 내릴 수 없었느니라."
"아버님, 그러시다면 이 사건을 저에게 한 번 맡겨 주시겠읍니까?"
솔로몬의 요청에 다윗은 잠시 아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아들의 총명함을 아는지라 그 요청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먼저 솔로몬은 뱀을 향해 물었읍니다.
"너는 왜 너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에게 해를 끼리려고 하는 것이냐?"
"그것은 아까도 말했지만 하나님께서 저에게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럼, 너는 성서에 나와 잇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그래? 그렇다는 너는 이런 말을 들어보았느냐? '서로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은 재판관 앞에서는 반듯하게 서 있어야 한다'는 율법 말이다. 만일 네가 성서를 그렇게 존중한다면 너는 즉시 그 노인의 몸에서 떨어져 반듯하게 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읍니다."
뱀은 대답과 동시에 노인의 몸을 감고 있던 것을 풀고는 노인 옆에 자리를 잡았읍니다. 그러자 솔로몬은 노인을 향해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성서에 '여자의 호순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오'라고 기록되어 잇으니 성서에서 명하는대로 빨리 하시오!"
그러자 노인은 지팡이를 번쩍 치켜들어 범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읍니다. 그리하여서 뱀은 배은망덕했던 죄로 죽음을 당하고 말았읍니다.